광대 샬리마르 (원제 : Shalimar the Clown)

게시 날짜: 2010/06/21, 카테고리: Reading
태그:,
안전한 줄이란 없다. 공기를 딛고 날아오르라!
광대를 테러리스트로, 무희를 한낱 창부로, 세기의 영웅을 지하세계의 검은손으로……
카슈미르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치명적인 사랑이 몰고 온 파국의 나비효과!

미학성과 정치성을 동시에 성취한 중요하고 꼭 읽어야 할 루슈디 최고의 소설

2005년 발표된 『광대 샬리마르』는 『한밤의 아이들』 『무어의 마지막 한숨』과 함께 루슈디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사의 층위를 폭넓게 만드는 루슈디 고유의 마술적 사실주의와 작품 전반에 흐르는 미학성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05년 인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기업 도서상인 보다폰 크로스워드 도서상을 수상했고, 휘트브레드 소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1947년 인도 봄베이의 부유한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나 열세 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1964년 가족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팔고 파키스탄으로 이주해버리자 돌아갈 고향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은 루슈디는 이후 글쓰기의 근원을 잃어버린 집, 고향과 고국을 잃은 상실감과 더불어 ‘인도’라는 나라로 삼았다. 『광대 샬리마르』는 바로 루슈디의 이와 같은 문제 지점에 놓여 있다. 이 작품의 주요 무대인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계에 있는 지역으로 인도-파키스탄 간 종교분쟁 이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삶을 꾸려나가던 ‘지상 낙원’이었다. 이 ‘지상 낙원’의 철저한 파괴야말로 루슈디가 간직해온 행복했던 유년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알레고리이다.
루슈디는 ‘지상 낙원’ 카슈미르가 파괴되는 과정을 단일한 서사로 끌고 가지 않는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루슈디는 공간상으로는 인도와 유럽과 미국, 시간상으로는 2차 대전에서 현재, 그리고 신화와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서로 다른 세계가 어떤 식으로 이어지고 겹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또한 일개인이었던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이 과정들에 개입하면서 카슈미르의 작은 마을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지를 방대하고 복잡하게 뒤얽힌 서사로 풀어낸다. 그리고 이 복잡다단한 그림 안에서 루슈디의 마술적 사실주의가 빛을 발한다.

그대가 내 것일 수만 있었던들, 그 무엇이 가능하지 않았으랴

1991년 로스앤젤레스, 전 주인도 미국 대사였던 막스 오퓔스가 딸 인디아의 아파트 현관에서 자신의 카슈미르인 운전사의 칼에 맞아 숨을 거둔다. 자신을 ‘광대 샬리마르’라 소개한 베일에 싸인 운전사, 오퓔스의 딸 인디아에게 다른 누군가를 찾는 듯한 시선을 던지던 운전사가 오퓔스를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인도 카슈미르의 계곡 마을 파치감으로 옮겨간다.
힌두교 집안의 딸 부니와 무슬림 집안의 아들 노만, 즉 광대 샬리마르는 부모 몰래 사랑을 나눈다. 전통 연희를 공연하는 배우 마을 파치감에서 부니는 최고의 무희였고, 샬리마르는 따를 자 없는 줄타기 광대였다. 서로 다른 종교 탓에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만큼 이들의 사랑은 은밀하면서도 격렬했고, 둘의 관계가 탄로났을 때 두 집안은 이들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종교적 불화를 접고 손을 잡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낸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미국 대사 오퓔스가 공연을 보기 위해 이 마을을 찾은 날, 부니는 자기 안에 도사리고 있던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을 실현시킬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음을 깨닫는다.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에 있는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자라나 2차 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의 영웅으로 활약했던 유대인 막스 오퓔스는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와 막강한 영향력과 인기를 누리다 주인도 미국 대사로 임명되어 인도 국민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러나 카슈미르 방문에서 한눈에 반한 부니를 도시로 데려와 첩실로 두고 그녀에게 사랑까지 느꼈던 그는 부니가 둘 사이의 계약을 깨고 임신을 한 뒤 스캔들이 터지면서 ‘순진한 힌두교도 소녀를 착취한 사악한 미국인’ ‘거세해야 마땅한 성적 약탈자’라는 전 세계의 비난을 받으며 추락하고 만다.

마치 이전의 그라는 존재―레지스탕스의 영웅, 베스트셀러 저자, 천재 경제학자, 그와 마찬가지로 영웅인 아내의 유명한 연인, 하늘을 나는 유대인―가 하룻밤 새에 싹 지워져버리고 그 자리에 푸른수염 같은 추악한 괴물, 거세해야 마땅한 성적 약탈자만이 남은 것 같았다. 그와 같은 인간은 타르와 깃털을 칠해 조리를 돌려도 모자랐다. 그즈음 체 게바라가 살해당했다. 막스 탓으로 돌리지 않은 일은 그것 딱 하나뿐이었다.(335~336쪽)

아기를 낳지 못하는 막스 오퓔스의 아내 마거릿 ‘페기’ 오퓔스에게 아기를 내준 대가로 파치감으로 돌아오게 된 부니는 이미 마을에선 ‘죽은 사람’이었다. 이는 부니가 남편 샬리마르의 손에 죽는 걸 막기 위한 마을의 조치였다. ‘살았으나 죽은 사람’으로 돌아온 부니는 숲 속 오두막에서 은거하며 살아가고 샬리마르는 자신의 사랑을 배반한 부니와 그녀를 취한 막스 오퓔스에게 복수할 때를 기다리며 마을을 떠나 전 세계를 지하에서 잇는 국제적 테러조직의 망 속으로 들어가 테러리스트 암살자가 된다.
이런 와중에 카슈미르는 인도군과 반군 사이의 충돌이 빈번해지면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폭동과 약탈과 일제 소탕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마을이 초토화된다. 그리고 그 여파는 끝내 파치감에까지 미쳐 테러리스트 집안이라는 이유로 샬리마르의 부모가 살해당하고 파치감은 화염에 휩싸인다. 이제 더는 망설일 게 없어진 샬리마르는 막스 오퓔스를 찾아가 그의 충직한 운전사가 된다.

유쾌한 무스카둔 강가에 서 있던 파치감, 판디트의 집에서 사르판치의 집까지 좁은 거리가 이어지고 압둘라가 고함을 지르고 부니가 춤을 추고 시브 샹카르가 노래를 부르고 광대 샬리마르가 밧줄을 타던 파치감에 이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라곤 전혀 남지 않았다. 그날 파치감에서 일어났던 일을 여기에 상세히 다 적을 필요도 없다. 만행은 만행이고 지나친 건 지나친 거고, 그게 전부다. 햇빛처럼 정면으로 마주 보면 눈이 멀기 때문에 비껴 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하자면, 더이상 파치감은 없다. 파치감은 파괴되었다. 알아서들 상상하시도록.(488쪽)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생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양모의 손에서 자란 부니의 딸 인디아는 양모가 더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못할 만큼 망가진 뒤 아버지 막스 오퓔스와 살게 된다. 진심으로 아버지를 사랑했던 인디아는 샬리마르의 손에 아버지가 살해된 뒤, 사건에 뒤따르는 수많은 정보를 통해 자신이 전혀 몰랐던 아버지, 제3세계의 운명을 조종하는 미국의 대 테러리즘 책임자로 분쟁 지역에서 ‘어둠의 대사’ 역할을 해왔던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생모에 대해, 생모와 아버지와 암살자와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되고, 생모를 죽인 이 또한 아버지의 암살자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녀는 복수를 다짐하고 법이 아닌 자신이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리라 결심한다.
몇 년 후, 사형수로 복역 중이던 샬리마르는 수감자들의 탈옥이 있던 날 밤 마지막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교도소 담벼락 위를 내달려 허공으로 날아올라 자취를 감춘다.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된 그가 향한 곳은 인디아의 저택. 마지막 남은 두 사람, 인디아와 샬리마르는 서로를 향해 화살과 칼날을 겨눈다.

지극히 정치적이면서 개인적인

『광대 샬리마르』는 9.11사태 이후 쓰인 테러리즘에 관한 소설이면서 동시에 샬리마르의 사랑 이야기이다. 지극히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소설이다. 루슈디는 ‘어둠의 대사’로서 막스가 테러리즘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비밀리에 수행하는 임무를 통해 미국의 자금이 무장조직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것이 테러리스트 샬리마르를 키우는 역설적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테러리즘과 전쟁을 벌이는 미국의 두 얼굴을 비판한다. 또한 지극한 사랑이 격렬한 증오로 바뀌면서 어떻게 순수한 광대가 암살자가 되고, 이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대립하는 세계의 균형이 무너져 더는 조화로운 신화적 세계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지 보여준다.
이렇듯 루슈디가 그려 보이는 화해와 용서의 가능성 없는 폭력과 증오의 세계는 그 묵시록적인 무게감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이 세계를 빠져나갈 길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음을 우리에게 역설한다.

저자 : 살만 루슈디 
  –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필치와 장중하고 지적인 문체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1947년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영국으로 이주하여 케임브리지 대학 킹스칼리지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그는 1975년 소설 『그리머스』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두번째 작품 『한밤의 아이들』(1981)로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루슈디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그해 부커 상과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프라이즈를 수상하고, 1993년에는 지난 25년간 부커 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을 뽑는 ‘부커 오브 부커스’에 선정되었다.루슈디는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열두 명의 아내를 창녀에 비유한 데다,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라고 언급해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설로 루슈디는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르나, 무함마드를 모독했다 하여 이란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영국은 이란과 단교하고, 루슈디는 오랜 세월 암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주요 작품으로 『하룬과 이야기 바다』(1990) 『무어의 마지막 한숨』(1995) 『분노』(2001) 『피렌체의 여마법사』(2008)가 있으며, 부커 상을 비롯해 휘트브레드 최우수 소설상, 프랑스 최우수 외국도서상, 독일 올해의 작가상, 오스트리아 정부가 수여하는 유럽 문학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다.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런던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루슈디는 2000년 뉴욕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를 역임했으며, 2007년 봄부터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출처 :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 알라딘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