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레식, “오픈은 정말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인가”

게시 날짜: 2010/06/09, 카테고리: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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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뉴스 공동체 블로터닷넷에 얼마전 방한 한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의 6월4일 ‘CC 아시아 컨퍼런스’ 강연 내용이 올라왔다.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인 것 같아 옮겨 적어본다.

로렌스 레식 교수가 연설 내내 내려놓지 못했던 질문은 딱 하나였다. ‘개방(open)은 과연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일까?’ (본문 일부 발췌)

로렌스 레식, “오픈은 정말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인가” –   이희욱

“트위터와 페이스북, 애플을 봅시다. 이들 플랫폼에선 혁신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신들 플랫폼 위에서 개발된 혁신을 소유합니다. 이들은 다른 규칙과 도덕성을 따릅니다. 통제할 권한을 갖는 겁니다. 혁신 이론이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49번째 생일을 포기하고 한국을 찾은 로렌스 레식 교수는 방한기간 내내 몸이 불편했다. 예정된 인터뷰 일정도 소화하지 못하고 호텔 객실에 머무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가 6월4일 ‘CC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던져준 화두의 깊이는 여전했다. 레식 교수는 ‘자유 문화, 그 너머’를 고민하고 있었다.

로렌스 레식 교수가 연설 내내 내려놓지 못했던 질문은 딱 하나였다. ‘개방(open)은 과연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일까?’

레식 교수는 먼저 인터넷 플랫폼 발전을 3단계로 나눴다. 첫 단계는 ‘독점의 시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6년 당시만 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기업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MS는 ‘오픈 플랫폼’이었죠. 자기네 플랫폼에서 어떤 응용프로그램이 돌아가는지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개발자들은 MS가 제시한 OS 규칙만 따르면 됐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죠. OS 독점력을 활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내장해 내놓으면서 경쟁 제품인 넷스케이프를 죽이려 들었습니다. 법원은 MS의 반독점 혐의를 인정했고, MS는 더 이상 ‘쿨’한 기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독점 문화가 매력을 잃으면서 등장한 것은 ‘개방 경제’를 만들어낸 ‘개방 플랫폼’이다. 구글이나 모질라재단 같은 곳이 대표 사례다.

“오픈 플랫폼은 아예 통제하지 않았습니다. 구글은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이용자가 검색하게 하고 원하는 만큼 빨리 검색 결과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혁신이 이뤄졌고 대안 솔루션이 나왔습니다. 오픈이란 플랫폼을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다는 얘기고, 통제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개발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혁신을 일으키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헌데 그것은 뜻밖에도 ‘통제된 플랫폼’이다.

“페이스북은 언제든 자기 의지로 라이선스 권한을 박탈할 수 있고, 페이스북 저작권 사용을 반납받을 수 있고, 요금을 매길 수 있고, 계속 사용하려면 요금 방법도 페이스북이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모든 응용프로그램(앱)을 통제하고,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팔 수 있게 했으며, 앱 소유권도 애플이 갖도록 돼 있습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자의 자유를 제약하고, 통제 권한을 자신들이 갖고, 혁신의 결과도 그들이 소유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런데도 그 곳에선 혁신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대 윤리에 근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혼란스러워진다. ‘개방’과 ‘자유’란 가치는 더 이상 플랫폼에 필수 요소가 아닌 것일까. 통제된 환경에서 오히려 혁신이 더 많이 일어난다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가 발딛고 서야 할 땅은 어디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레식 교수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를 그는 각각 ‘사탕제조사 전략’과 ‘설교사 전략’이라 이름붙였다.

“사탕제조사 전략이란 그들로 하여금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공하게 만들자는 뜻입니다. 자기네 아키텍처를 통해 하고픈 대로 하되,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통제 플랫폼에 개방형 문화가 포함되도록 만드는 일이죠. 이를 위해 중요한 건 기술적 개방이 아니라 문화적 개방입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개방형 생태계인 ‘커먼즈 풀’을 갖춰, 자유 없이는 살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알려줘야 합니다.”

설교사 전략은 좀 더 정치적이다. 이용자들이 상업성과 비상업성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가 공정한 시스템임을 적극 알리고 나서는 ‘목회자’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지금은 영리 경제와 공유 경제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경제 시대입니다. 창의성을 발휘하고 그걸 통제하는 권한이 따로 있는 시스템은 반드시 저항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읽고 공유하는 ‘리드온리’(Read Only)에서 이를 소비하고 재조합하는 ‘리드앤라이트’(Read & Write) 문화로 옮겨가야 할 때입니다.”

로렌스 레식 교수의 강연은 요컨대, 통제 시스템에서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요즘 시대에서 개방과 자유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자기고백문’처럼 보인다. 그는 “자유가 혁신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가치라는 증거는 현재로선 없다”라면서도 “자유가 유행처럼 지나가지 않도록 뭘 해야 할 지 생각해볼 때”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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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이 이토(http://www.flickr.com/photos/joi/4670740052/in/set-72157624195597940/) CC BY.

출처 및 원문 : 1인 미디어 뉴스 공동체 블로터닷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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